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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이야기(발달치료, 엄마표활동)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6_자폐아이 엄마의 번아웃

by 라이88 2026. 5. 15.

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검사, 치료, 장애등록. 이 모든 것들을 해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예요.
자폐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완전히 무너졌던 순간들에 대해서요.


좋다는 치료는 다 해주고 싶었어요.

봄이가 발달이 느리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좋다는 치료는 다 받게 해줘야지. 그러면 빨리 좋아지겠지."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인지치료. 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뭐든 해주고 싶었어요.
처음엔 그게 맞는 것 같았어요.
열심히 하면 반드시 나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어요.

치료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쌓여갔습니다.
한 달에 나가는 치료비가 집안 사정을 흔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워킹맘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봄이 치료 스케줄을 맞추고, 집안일을 하고, 봄이를 돌보는 일을 동시에 해내야 했어요.
몸은 한계였는데, 마음은 더 힘들었어요.
열심히 치료를 받게 해주고 있는데, 봄이는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더 해줘야 하는 게 있는 걸까."


자책이 끝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어요

더 힘들었던 건, 주변의 반응이었어요.


"엄마가 유난이다."
"때가 되면 아이는 다 큰다."
"남자애들은 원래 늦다더라."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무너졌습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봄이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양가 부모님들도 "뭔가 잘못 키워서 그런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이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어쩌다 또래 일반 아이들을 보면 더 힘들었어요.
봄이와 너무나 다른 성장 속도, 엄마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봄이아빠도 여유가 없었어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책으로 힘들어하던 봄이아빠는 저를 신경 써줄 여유가 없었고, 저도 그걸 알기에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무너질 것 같았고, 말해도 이해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그렇게 혼자 버티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무너졌어요

 

힘내야 한다, 힘내야 한다, 힘내야 한다.
그렇게 버티던 어느 날이었어요.
별거 아닌 일에 봄이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제 감정에 못 이겨서 혼자 울었어요.
그런데 그 감정이 제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았어요.


"아, 내가 지금 많이 고장난 것 같다."

 

정신과에 갔어요

정말 오래오래 망설이다가 남편의 권유로 정신과를 갔습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이미 징조가 있었는데, 봄이 때문에 바빠서, 돌볼 여유가 없어서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한 템포 물러나기로.

 

그때부터 저는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도 이용했어요. 

비용 부담 없이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른 글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회사도 그만뒀습니다.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봄이의 치료도 조금 줄였어요.
치료를 줄이는 게 처음엔 너무 불안했어요.


"이러다 봄이가 더 늦어지면 어떡하지."


그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엄마표 치료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제가 직접 봄이와 할 수 있는 놀이치료, 언어자극 방법들을 찾아보고 천천히 해나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봄이는 그때부터 좋아졌어요

치료를 줄이고, 제가 먼저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봄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돌아보면, 제가 너무 지쳐있고 불안한 상태로 봄이 옆에 있었던 게 봄이에게도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제가 조금 여유를 찾으면서 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질이 달라졌고, 봄이도 그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자란다는 말이 이렇게 현실이 될 줄 몰랐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 중에, 지금 저처럼 버티고 계신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무너질 것 같아서, 말해도 이해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약한 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혼자 버티고 계신 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번아웃은 의지가 약해서 오는 게 아니에요.
너무 열심히 해서, 너무 오래 혼자 버텨서 오는 거예요.
그리고 번아웃이 왔다면, 그건 지금 내가 쉬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아이를 위해 내가 먼저 회복되어야 해요.
그게 아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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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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